신약 바이오벤처 65% "2년내 보유현금 바닥날 것"

입력 2023-01-17 17:36   수정 2023-01-18 00:48

국내 주요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의 절반 이상이 2년 안에 보유 현금을 모두 소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과 글로벌 금리 인상 등 자금 조달 사정이 1년 넘게 악화하면서다. 어렵게 쌓은 ‘K바이오’의 경쟁력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닥 보이는 바이오 자금
17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57곳의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5%는 추가 자금 조달이 없으면 올해와 내년 사이 운영 자금이 바닥난다고 답했다. 연내 바닥난다는 응답이 21.1%였고 내년은 43.9%였다. 바이오벤처는 자체 매출 없이 외부 투자금으로 수년간 연구개발(R&D)에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 자금 조달 시장 위축으로 곳간을 채워 넣진 못한 채 비용을 쓰기만 하면서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설문에는 상장사 31곳과 비상장사 26곳의 CEO가 참여했다.

상장사보다 비상장사의 자금 사정이 더 빠듯했다. 비상장 바이오벤처의 38.5%는 연내, 절반이 넘는 53.8%는 내년 운영 자금이 모두 바닥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영속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비상장사 중에선 이미 자금이 바닥났다고 응답한 곳도 나왔다. 상장사는 6.5%가 올해, 35.5%는 내년에 자금이 소진된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자금난이 신약 개발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자금난→신약 개발 축소→개발 성공 가능성 하락→기업가치 하락→자금 조달 어려움 가중’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자금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우선순위를 묻자 절반에 가까운 42.1%가 ‘전임상 개발 잠정 중단’을 꼽았다. 전임상은 사람 대상 임상 전에 동물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약효를 파악하는 단계다.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축소(28.1%) △임상 규모 축소(19.3%) △해외 임상의 국내 선회(7%) △인력 감축(3.5%) 등도 지출 축소 방안으로 꼽았다.
“올해도 힘겨운 해 될 것”
바이오벤처 CEO들은 올해도 지난해만큼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42.1%는 올해 경영 여건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봤다. ‘더 악화할 것’이란 응답도 33.3% 나왔다. 여건이 지난해보다 안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CEO는 모두 ‘자금 조달시장 위축 지속’(복수 응답)을 이유로 댔다. 경영 여건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24.6%였다.

올해 파이프라인 개발 전략을 묻는 질문에는 40.4%가 ‘선택과 집중’을 꼽았다. 개발 우선순위에서 밀려있거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파이프라인을 구조조정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현상 유지’도 33.3%였다. ‘파이프라인의 치료 분야(적응증)를 확장’하거나(17.5%) ‘외부에서 후보물질을 도입하겠다’(5.3%)는 식의 확장 전략을 펴겠다는 응답은 많지 않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파이프라인 개발이 위축된다는 건 K바이오 전체로 봤을 때 엄청난 손해”라고 했다.
정부마저 모태펀드 예산 삭감
업계에선 자금 혹한기에 정부가 바이오 투자 지원을 줄였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올해 바이오업계 등에 흘러들어가는 모태펀드 사업 예산을 3135억원으로 1년 전(5200억원)보다 크게 줄였다. 2021년 80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아예 스마트대한민국 펀드 내 바이오펀드를 없앴다. 모태펀드 자금을 마중물로 민간 출자자(LP)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는 벤처캐피털(VC)업계는 난감한 상황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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